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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나의 오티움은 피아노 치기이다.
오티움은 능동적 여가활동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여가활동을 통해 힘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자세한 의미는 아래의 게시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kimuna.tistory.com/34
[오티움] 제대로 쉬는 법/ 불안할 때, 힘들 때, 스트레스 해소하는 법/ 올바른 휴식법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잘 쉬는 법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에서는 정신과전문의 문요한님께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쉴 수 있는가에 대하여 오티움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주셨다. 우리가
kimuna.tistory.com
피아노가 나의 오티움이 되기 까지의 지난 날을 한 번 돌아보고자 한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인식하는 것이 고급스럽고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들곤 할텐데,
나에게 피아노는 그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나에게 피아노는 내가 가장 못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자라면서 만난 주위사람들로부터 오게 되었다.
내 주변에는 악기를 잘다루는 사람이 참 많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피아노를 잘치는 사람은 흔하게 많았다.
그리고 나는 어릴 적 악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요새야 뭐 바이올린이니 뭐니 하면서 다양한 악기를 배우며 크는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어릴 적에 컴퓨터만 배웠지 악기를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 악기자체는 정말 거리가 먼 것이었다.
무엇을 연주한다, 합주한다는 개념도 참 멀었다.
이런 내가 갑자기 피아노를 치게 된 것은 지난 해 이맘쯤.
그 전부터 조금씩은 쳐보긴 했지만, 쳤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너무 연약한 수준으로 손만 대본 느낌이었다.
지난 해 여러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나에게 극복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때 집에 묵혀둔 전자피아노가 떠올랐고, 그 전자피아노를 꺼내 조금씩 똥땅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 무엇부터 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하나의 곡을 마스터해보자는 마음이 기억난다. 그 당시 내가 선택한 곡은 히사이시조의 'SUMMER'였다.
피아노를 쳐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쳐봤을 그 유명한 곡,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어려운 곡이었다.
악보도 잘 볼 줄 모르던 나는 유튜브의 힘을 빌려 쉬운 버전의 SUMMER를 암기하기 시작했다.
왼손을 하나씩 따라쳐보고, 오른손을 하나씩 따라쳐보면서 익히고, 양손을 동시에 치면서 박자를 익히는 데 시간을 보냈다.
글로 쓰니 참 금방 쓰는데, 당시 양손으로 한 번에 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그간 정박으로만 코드를 쳐봤기에 아르페지오를 사용해서 박자를 쪼개 치는 것이 어려웠다.
그리고 그 때 스트릿우먼파이터가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선생님이 춤연습에 대해 한 동작을 백번은 쳐봤냐는 피드백에 감명을 받아 SUMMER 100번치기를 도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이 연습했던 것 같은데, 그 때 그 시도를 통해 피아노를 향한 열정이 생겼던 것 같다. 피아노를 치면서 처음 쳤을 때보다 나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소리의 변화와 어떤 감각의 변화를 느끼면서 피아노를 왜 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전자피아노를 사서 무게감이 있는 피아노라 실제 업라이트 피아노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지만, 당시는 얇은 플라스틱의 피아노여서 피아노 느낌조차도 제대로 안났을 때였는데, 그 때 그렇게 쳤음에도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초급 SUMMER를 외우는데 성공한 후 중급 버전으로 넘어가 다시 처음부터 외워서 치기도 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당시 치기 어려웠던 코드의 곡을 치는 손가락을 보고 외우며 다양한 곡들을 연주해보게 된다. 코드 이름도 모르는 코드를 손가락만 보며 외워서 쳤던 그 열정.. 지금 돌아보면 진짜 피아노에 미쳐있었던 것 같다. 같은 장면을 수십번 반복해서 보고 그 코드를 따서 칠 때까지 연습하고.. 진짜 바보같이 열심히 했다.
그 때 문득 내가 원래하는 분야에서 이런 열심과 열정을 가지고 해본 적이 있나? 반성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피아노가 나의 잊혀진 열정을 찾아준 것 같기도 했다. 피아노를 잘치는 친구를 통해 조금씩 교정 받고, 중간에 피아노를 바꾸면서 실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정박으로 겨우 박자를 맞추던 내가 이제는 코드변환을 하며 연주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잘친다라는 축에는 속하지 않을지라도, 나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지금의 나의 모습은 기적에 가까웠다. (약간 피아노를 치는 원숭이에서 피아노를 치는 중학생 정도로 성장) 지금은 이제 너무 어려운 코드만 아니면 악보를 보고 바로 코드를 쳐볼 수 있게 되었고, 악보도 여전히 잘 보진 못하지만, 이전 보다는 박자나, 음계를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바보같이 연습했던 SUMMER를 통해 아르페지오 기법을 외우고, 모르고 쳤던 코드들을 이름과 원리를 배우면서 코드변환을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가끔은 작곡도 하고, 악보도 그려보고 가사도 써보고 다양한 창작을 실험하며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이전에도 조금씩 해보긴 했는데,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좀 더 본격적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한 때는 정말 피아노만 보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피아노를 보면 피아노를 쳐댔다. (지금도 좀 비슷하긴 한데.. 바쁘면 조금만 친다. 30분정도..? 요새 아파서 쉴 때라 한 번 치면 3-4시간은 금방가는 것 같다.)솔직히.. 내가 하는 전공 분야보다 요새 피아노를 더 열심히 쳤다.. 1년이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꽤 큰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나의 변화는 힘든 시기마다 큰 힘을 주었다.
예전에 피아노는 내게 위압감을 주는 불안의 요소, 먼 거리의 것이었다면, 지금은 가장 가깝고도 즐거운 친구,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워낙 열심히 쳐서 내가 는 것에 대해서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제로 베이스였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뭐랄까 시험공부 너무 열심히 해서 빨리 시험보고 싶은 그런 느낌처럼 피아노도 나 진짜 열심히 해서 이렇게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느낌..?
여기서 한 번 더 반성하게 됐는데, 내가 무언가를 보여줄 때 약간 두렵고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면,
그만큼 내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진짜 바닥에서부터 여기까지 와보니, 좀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진짜 못하는 것을 이렇게 극복해보니,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얼마나 또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기대도 생겼다.
(대신 그만큼의 노력을 안한 나에 대한 반성도 동시에 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피아노를 치기 전과 후의 나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필요할 때만 열심히 하고, 힘 뺄 때와 줄 때를 나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모든 순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힘을 빼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힘을 빼고 산다는게 좋으면서도 어떤 다음을 향한 도약에는 그리 좋지 않기도 했다.
왜냐하면 힘을 자꾸 안 주니까 근육이 굳으면서 내가 어디까지 힘을 줄 수 있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힘을 줄 시기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순간 그냥 열심히 하는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열정과 힘을 피아노를 통해 회복할 수 있었고, 가끔은 여러 생각에 휩싸여 흔들리기도 하지만, 피아노를 치면 그 순간 또 행복해지기 때문에 회복 탄력성도 높아졌다.
나에게 피아노는 악기면서도 정신 훈련을 위한 도구인 것 같다. 그래서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고, 다른 이들도 이와 같은 오티움을 찾아 작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더 많이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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